이 연구는 한국에서 최근 중요한 의미를 획득하여 현실적인 논란의 대상이 된 관료제의 정치적 중립성
의 문제를 현실적인 쟁점의 제기를 통해 되짚어 보고자 한 시도였다. 애초에 선거에 대한 관료의 개입을
방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도화된 한국의 정치적 중립성은 이후 군사적 권위주의 정권에서 정치 기능을 대
신하며 자율성을 누렸던 관료제에 대한 정치적 통제의 필요성 차원에서 규범화되었다. 그러나 최근에는
탄핵을 동반한 정치권력의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정치권력의 국가 운영에 대해 관료제가 양심과 영혼에 근
거하여 저항하라는 요구가 정치적 중립성으로 윤리적 규범의 의미를 획득하였다. 그러나 상충되는 정치적
중립성의 규범적 요구를 다양한 맥락에서 병립적으로 요구받게 된 한국의 관료제에게 이러한 요구는 현실
적인 규범으로서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. 이는 한국의 정치권력 교체가 점진주의
적 정책 결정 관행이나 경로의존성 등에 기인하여 실제로는 정책의 구체적인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 현실을
반영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.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관료제는 전문성에 기반한 중립적 역량의 측면에서
도, 국민 전체의 이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공익 대표성의 측면에서도 정치적 중립성이 실천적
규범으로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.